반도체 집적도·온도 의존성 극복한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 제시

건국대학교 물리학과 정현종 교수 연구팀이 2차원 구조의 금속 ‘그래핀’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 물질인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이용해 전류제어에 필수적인 반도체 없이도 높은 전류제어 비를 가지는 차세대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논문명: Semiconductor-less Vertical Transistor with ION/IOFF of 106)

한국연구재단(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사업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등의 지원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전문으로 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2.121)에 게재 승인됐다.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란 게이트에 가해진 전압이 반도체 내를 흐르는 전류를 제어할 수 있게 한 장치로, 단극성 트랜지스터라고도 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비반도체 기반의 트랜지스터는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트랜지스터와는 달리 온도 변화와 관계없이 높은 전류제어 비(ION/IOFF = 106)를 유지했다.

그래핀(Graphene), 이황화 텅스텐(WS2), 이황화 몰리브덴(MoS2), 육방정계 질화붕소(hBN)는 수 나노미터(1㎚=10억분의 1m)의 원자가 한 겹으로 배열된 2차원 물질이다. 얇고 잘 휘면서 단단한 특성을 갖고 있어 반도체는 물론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등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2차원 물질 중 반도체 특성을 보이는 이황화 텅스텐과 이황화 몰리브덴은 얇은 두께와 높은 전류제어 비로 인해 실리콘의 직접도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반도체 물질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한 전자소자들은 온도에 따라 전기 전도도가 변하는 반도체 특성상 소자의 전류-전압 특성 또한 온도에 의존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3차원 물질의 직접도 한계를 극복하면서 반도체 기반 전자소자의 온도 의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래핀과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이용하여 ‘전계 방출 배리스터*(Field-emission Barristor)’를 제작했고, 영하 258도부터 영상 127도까지 전류-전압 특성이 변화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전계 방출 배리스터로 명명된 새로운 전자소자는 게이트 전압으로 그래핀 내 전자의 에너지를 조절하여 그래핀과 육방정계 질화붕소 사이에 형성된 터널링(tunneling) 장벽의 높이를 제어하게 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전계 방출(field-emission) 정도를 조절해 소자에 흐르는 전류를 제어하게 된다. 전계 방출에 의해 발생하는 전류는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소자의 전류-전압 특성 또한 온도에 따라 변하지 않게 된다.

정현종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기술은 광범위한 온도에서 동작하는 차별적인 전자소자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물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라며 “특히 극한의 환경에서도 동작하는 센서 등 기존의 반도체 소자로는 구현할 수 없는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연구책임자인 물리학과 정현종 교수(교신저자), 이준호 연구원(공동 제1저자), 이화여대 물리학과 신동훈 박사(공동 제1저자), 카이스트 물리학과 양희준 교수(공동 제1저자)와의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배리스터(barristor): 배리어(barrier)+트랜지스터(transistor)의 조합으로, 연구책임자가 2012년 삼성전자(주)종합기술원 재직시 새롭게 만든 용어이다. 그래핀의 전자의 에너지를 제어하여, 그래핀-반도체 또는 그래핀-절연체 사이의 배리어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전류를 스위칭(switching)하는 소자를 통칭함.


연구해설
1947년 ‘진공관 전자소자’를 대체하기 위해서 최초의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때부터 현재까지 반도체 물질은 ‘고체 전자소자’의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고체 전자소자는 반도체 물질에 불순물을 주입하여 전도성을 높인 서로 다른 특성(N형 또는 P형)의 반도체를 접합하여 전자소자를 구현한다. 예를 들어,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접합하여 한쪽방향으로만 전류를 흘려주는 다이오드를 구현하거나, P형-N형-P형 (또는 N형-P형-N형) 반도체를 접합하여 게이트 전압으로 전류를 스위칭 하는 트랜지스터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접근법으로 인해서, ‘반도체 소자’라는 용어가 ‘고체 전자소자’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반도체 물질 없이도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한 최초의 연구 결과이다. 전계 방출 배리스터(Field-emission Barristor)로 명명된 새로운 전자소자는 게이트 전압으로 그래핀 내 전자의 에너지를 높여서(배리어를 낮추어서) 전계 방출 전류(Field-emission current)를 증가시키는 방식(그림 참조)으로 전류를 스위칭 한다. 무엇보다도 불순물을 주입하는 기존의 반도체 소자는 반도체 물질의 전도도가 온도 의존도가 커서 전자소자가 일정한 온도 구간에서만 동작하는 반면, 새로운 전자소자의 전류는 온도 의존도를 최소화된 것이 특징으로 영하 258도에서 영상 127도까지 소자의 동작 특성이 변화하지 않는 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하였다.

동작 원리: 반도체’없는’전자소자는 도체인 그래핀과 부도체인 육방정계 질화붕소로 구성된 수직 트랜지스터 구조를 가지며 그래핀과 게이트 전극 사이에 위치한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게이트 절연체로서 사용되고 그래핀과 드레인 전극사이에 위치한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채널로 사용된다. 이 채널에는 터널링 장벽이 형성되어 있으며, 게이트 전압을 통해 그래핀에 전하를 모아서 전하의 에너지를 조절(또는 배리어의 높이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전계 방출 전류를 제어한다.

그림과 같이 게이트 전압에 따라 그래핀 내 전자의 에너지가 낮으면 터널링 장벽이 높아서 전류는 차단되며, 게이트 전압에 따라 그래핀 내 전자의 에너지가 높으면 터널링 장벽이 낮아서 전류는 흐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물질의 온도 의존도가 커서 일정한 온도 구간에서만 동작하는 기존의 반도체 소자와는 달리, 그래핀 내 전자의 에너지를 조절하여 전계 방출 전류를 제어하는 전계 방출 배리스터는 소자에 흐르는 전류의 온도 의존도를 최소화함으로써 영하 258도에서 영상 127도까지 106의 높은 전류제어 비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실험 방법: 그래핀과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2차원 평면 구조의 원자들이 적층되어 있는 물질로써 층간 사이에는 약한 전기적 인력인 반데르 발스 힘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역학적 박리법을 이용하여 한층의 그래핀과 다층의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순서대로 적층하여 질화붕소/그래핀/질화붕소의 접합 구조를 제작하였고, 샌드위치 구조의 위, 아래에 금속을 패턴하였다. 이후, 전류-전압 측정 장비를 이용하여 소자의 전기적 특성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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