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경험과 식견으로 KU 창업 생태계를 이끈다

전영재 총장은 인정받는 과학자이자, 도전적인 교수 창업가이다. 전 총장은 디스플레이 분야 연구에서 실용화 가능한 연구성과를 거둔 뒤, 이를 바탕으로 2014년 건국대 제자이자 후배들과 기술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공적인 궤도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기업 대표직을 내려놓고 총장의 중임을 맡은 그는 기술과 창업, 그리고 창업가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이 시대에 건국인의 리더로 중책을 맡고 있다. 전 총장에게 창업과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인사이트를 들어봤다.

"총장 취임한 지 1년 건국대학교가 서울권 5대 창업선도대학으로 자리 잡게 되어 뿌듯합니다."

창업정신 핵심은 강한 의욕과 추진력

미국의 외톨이 청년이 자기 집 차고에서 시작한 기업인 애플 창업 스토리나 20대 동갑내기 친구들이 새로운 검색시스템을 고안해 창업한 구글 같은 외국 사례 뿐 아니라 창업 실패를 딛고 스마트폰, 배달음식을 접목하여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배달의 민족, 작은 식당에서 시작해 외식기업을 운영하는 백종원 대표 사례 등 우리나라도 이제 창업 문화가 성숙해지고 있다. 건국대는 국내 최상위권의 창업 인큐베이터로서 정부가 지원하는 대형 창업 지원 사업을 수행하며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창업정신이란 강한 의욕과 추진력의 다른 말입니다. 자신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 노하우를 세상에 선보여 빛을 보게 하겠다는 열정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전 총장은 이 필수요건은 교수, 대학원생, 학부생, 개인 혹은 팀을 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건국대는 이렇게 자기 아이디어와 의욕을 갖고 창업에 뛰어들려는 구성원들이 힘을 얻어 매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을 수주해 풍부한 지원 자금을 바탕으로 공간 뿐 아니라 멘토링, 네트워크 등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지원환경을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75년 역사를 통해 배출한 23만 명의 동문들과 함께 지원방안을 총동원해 구성원들의 창업정신이 꽃피워질 수 있게 하겠습니다.”


신기술, 공상의 영역은 곧 현실이 된다

전 총장이 초창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아무런 인지도가 없었던 액정연구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디스플레이 발전 방향이 ‘LCDLiquid Crystal Display/액정 영상 표현 장치’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80년대 말에 모니터 장치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이었지만 전자관CRT으로 이루어져 있어 부피가 무척 크고 이동이 힘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계라고 이야기할 때 저는 기회를 보았습니다. 기술이란 인간의 편의성을 위해 발전하기 마련이라 산업이 성숙해지면 개인이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 부피가 작고 가벼운 시대가 다가오리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부피와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 LCD 기술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모니터의 크기와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공상의 영역이었지만, 하늘을 나는 상상도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함으로써 현실이 되었듯이, 디스플레이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는 확신과 시대적 소명감을 갖고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전 총장이 예견한 것처럼 디스플레이 산업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그 과정에서 전 총장은 저명한 국제인명사전(IBC)에 세계 100대 과학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 전영재 총장의 여정의 출발점은 어땠을까. “저한테는 많은 가르침을 주셨지만 정작 ‘지식’은 전달해 준 적 없는 특별한 교수님이 한 분 계십니다. 학부생 3학년 때 만난 신임 교수님이셨는데 다른 학생들에게는 그런 얘기를 안 하시는데 저한테만 ‘당신, 내 방에 와서 연구 좀 해보지.’ 하셨어요. 어리둥절했던 저는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했더니, ‘사내가 무슨 배짱이 그렇게 없어’라고 하시더라고요. 자존심 때문에 한번 해보겠다고 했던 그 날이 어쩌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대학원에 진학했고 대학원에 가서야 그 교수님이 일본 대기업 시티즌 연구소에서 액정을 연구하고 동경대에서 박사까지 받은 분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전 총장은 이렇게 디스플레이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다. “교수님은 제가 어려움에 봉착해도 해결책을 설명해주지 않고, 관련 서적만 알려주셨어요. 이미 연구에 큰 흥미와 재미를 느끼고 있던 저는 그 가이드를 바탕으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갔습니다. 좋은 교육이란 이처럼 지식 자체를 상세히 알려주는 게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는, 혹은 공부하는 계기를 연속으로 제공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건국대가 자기주도형 교육을 강조하며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력과 비전공유로 신뢰 이끌어내

전 총장은 졸업 후에 삼성SDI 종합연구소 LCD 연구팀장, 삼성종합기술원 디스플레이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을 거치며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초석을 다졌다. 최우수인재들이 모인 연구소의 책임자였을 당시 조직운영의 노하우가 있었을까.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도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연구소라 일단 팀원들의 신뢰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무척 어려운 과제를 팀원에게 내리고 도저히 해결 방안이 없다고 토로할 때 해결책을 제시해서 신뢰를 얻었습니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실은 나는 이미 연구를 통해 해결책을 알고 있던 과제를 던져준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신뢰를 얻은 후에 조직의 목표를 제안하고 원팀으로 성과를 올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함께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계획을 단기/중기/장기로 체계적으로 설정하고, 솔선수범하여 진척된 결과물을 보여주면 팀웍도 살아났었죠. 우리 팀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성공적인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전 총장은 채찍 뿐 아니라 당근도 충분히 마련했다. 일례로 탄력근무제 개념이 생소했던 당시에 연구원들의 과로를 막기 위해 상부에 탄력근무를 제안해 적절한 휴식시간을 보장해주었다고 한다. 당시 상사들은 극구 반대했지만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약속하고, 계획했던 프로젝트들을 그야말로 ‘실력’으로 성공시키며 조직의 신뢰도 얻었다.       


건국대 출신들과 창업, 글로벌 기업과 계약 성사

전 총장은 2012년에 광경화성 PDLCDPolymer Dispersed Liquid Crystal Display, 고분자분산형액정디스플레이:전기장 유무에 따라 불투명해지는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실용화한다. 시장성을 인정받은 이 기술은 세계적인 주목을 끌게 된다. 대기업에 기술이전을 하는 일반적인 길을 가는 대신 전 총장은 2014년 창업을 택했다. ㈜리비콘이다.  “당시 대기업들은 해외기술에만 눈이 쏠려 있었어요. 또한 미래기술보다는 현재의 대량생산에만 치중하고 있었죠. 전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연구실 제자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기술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 따랐다. 단계별 기간, 비용 등이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투자유치가 되지 않으면 성공까지 갈 수 없다. 특히나 기술수출이 아니라 신기술 기반의 제조업 벤처였기에 어려움과 압박감이 더욱 컸다. “자금적인 압박속에 투자자에게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 가장 부담이었죠. 투명한 경영과 연구노력을 보여주면서 투자자를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직면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 Death Valley를 극복한 이 기업은 현재 주요 연구자와 직원의 70%가 건국대 출신들이다. 제자들까지 연결되는 교수창업이 어떻게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기업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8년간 장기납품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린, 바이오, AI 등 신기술 창업으로

2020년 9월 부임한 전 총장이 건국대에 취임한 지 1년이 되었고, 그 사이 건국대는 연이은 정부사업 수주와 유기적인 창업 프로그램 구축으로 서울권 5대 창업선도대학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하지만 창업이란 생태계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 총장은 “기술, 산업이 급변하고 있는 시대다. 이제는 그린, 바이오, AI, 로봇 등 신분야 창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라며 신기술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생, 교수, 직원들의 뜻과 힘을 같은 방향성으로 모으겠다. 우리 건국대학교가 시대의 빠른 변화를 넘어서는 대학창업의 메카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린, 바이오, AI, 로봇 등 급변하는 시대의 신기술 연구와 창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시대에는 남보다 조금 더 빠른 전문지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프로세스에 희열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의욕과 추진력이 있다면 새 분야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창업 동문 네트워크 ‘건국 원클럽’ 구상

창업의 경험과 식견을 갖춘 교수, 과학자, 총장으로서 대학 내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 총장이 과거 건국대 대외협력처장 시절부터 품어온 오래된 구상이 있다. 바로 ‘건국 원클럽’이다. “교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일단 창업까지는 하더라도, 그 이후 99%는 반드시 또다른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 때 선배 기업인들의 멘토링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게 바로 동문 네트워크인 ‘건국 원클럽’이다.

‘건국 원클럽’은 사회적으로 저명한 동문들과 본교 출신 기업가, 교수 등이 참여하는 동문 모임으로 특히 창업의 일선에 있는 교수, 학생들에게는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자금이나 경영과 관련된 부분, 성공 히스토리 등 실제적인 조언과 지원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전 총장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업계의 저명한 동문들을 만나며 ‘건국 원클럽’ 의 첫 발을 내디뎠다. 향후 대면 모임이 가능해지면 스타트업 워크숍, 멘토들의 토크 콘서트, 네트워크 데이 행사 등을 성대하게 개최할 예정이다.

전 총장은 “교수, 학생 등 창업하는 우리 대학 구성원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매 단계마다 자금, 공간 뿐 아니라 멘토링, 네트워크 등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지원환경을 제공하며 같이 뛰겠다. 건국대를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창업선도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창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창업이라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새로울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기계를 만들었는데 나사가 금속이어서 녹이 자꾸 슬고 문제가 생기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면 그 나사를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작은 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그 작은 아이디어로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내면 창업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KU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